youth/생각들

오늘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신_이나 2022. 11. 13. 01:20

지금 내 마음속에 잔뜩 차있는 웅장한 표현들을 마구 써내고 싶지만, 감정 때문에 꼭 필요한 정보들이 묻힐까봐 얼른 본론부터 써보고자 한다.



나는 2학년 2학기 현재 진로탐색심화 수업을 듣고 있다. 1학점 짜리에 S/U 수업이라 부담없이 듣고 있는데 큰 과제가 하나 주어졌다.
' 내가 원하는 진로의 현직자를 인터뷰하라! '



며칠 전에, 같은 과 동기에게 넌 가장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난 뭐 영화보기 같은 뻔한 취미 생활을 기대하고 물어본 것이었는데 답은 '코딩' 이었다. 너무 많이 놀라서 그 이후로 나를 많이 돌아보았던 것 같다. 과연 나는 코딩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을 이길 수 있는가? 꼭 경쟁자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취업 시장에서 그들을 이기기엔 난 코딩을 잘하지도,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겨우 잡았던 내 다짐은 또 다시 무너졌다. 그렇다면 난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여름방학때, 서강대 교수학습지원센터에서 개최한 메타버스를 활용한 빅게임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다. 블로그에도 과정을 작성한 적이 있는데, 상을 받진 못했지만 수료도 하여 활동비도 받았었다. 사실 지금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그 활동의 시작부터 끝까지 컴퓨터공학과로서 스펙이 될 수 없는 활동이겠거니, 그다지 내 진로에 필요는 없겠지만 뭐 이런것도 해보지 뭐, 이러한 생각들뿐이었다. 게임을 만들어가며 학교 측에서는 우리에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주었다. 그 중에 하나가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99학번 선배님의 강의였다.



그 당시 나에게는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컴공인데 개발 직무를 안한다고,,? 게임을 기획하고, 각 부서에 업무를 할당하고, 게임을 런칭하고, 소비자의 반응 살펴보며 다시 피드백하고 이러한 전반적인 과정을 담당하는 직무를 맡고 계셨다. 바로 이거다. 이게 내가 원하는 거다. 기획하고 내가 만든 게임을 실현하고, 그래 이거다. 그 뒤로 구글에 이것저것 쳐보았는데 구체적인 정보를 얻긴 힘들었다. 그러다가 5개월이 지난 지금, 진로탐색 심화 과제에 꼭 그 선배님을 인터뷰하고 싶어서 교수학습지원센터에 직접 연락을 하게 되고 결국 선배님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인터뷰에 응해주셨고 이제부턴 인터뷰에 대한 내용이다.




선배님은 삼성전자에서 게임런처의 PM 직무를 맡고 계셨다. PM 직무란, Product Manager 의 줄임말이다.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시고 개발자로 삼성에 취직하셨다. 그 뒤에 다른 활동을 맡으셨다가 돌고 돌아 결국 지금의 PM 직무까지 오게 되셨다. 다른 직무를 맡으셨을 때는 만족스럽지 못하였지만 현재의 직무는 굉장히 만족하시면서 회사에 다니고 계신다고 하셨다.



프로덕트 매니저란 프로덕트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쉽게 말해서 상부에서 어떤 상품에 대한 지시가 내려오면 그 상품을 기획 + 각 부서에 업무 할당 ( 개발자에게 게임 짜주세요, 디자이너에게 UI 해주세요 등등) + 시장에 릴리즈 + 피드백 수용 이러한 모든 과정을 맡는 직무다. 따라서 모든 분야에 전반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 후운영을 하는 마케팅과 달리 PM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전혀 다르다. 보통 UX나 UI, 상품 기획 등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PM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다. 원래는 요즘엔 모든 상품이 핸드폰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IT 분야에서 PM으로 오는 사람들도 굉장히 늘었다고 한다. 앞서 말한 배경 때문에 이제는 제품 자체에 대한 서비스보다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를 판단해야 하는 것 또한 PM의 업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직이 많은 만큼 경력직이 많다. 신입이 PM 으로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도 그럴것이 모든 분야의 지식을 전반적으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선배님께서는 개발을 일찍 그만두시고 프로덕트 매니저로 전향하셨다. 원래는 게임을 좋아하여 게임 회사에 가시고 싶으셨지만, 잘 안되어 삼성 개발자로 들어오셨는데 어쨌든 현재는 게임 관련 직무에 종사하시고 계신다. 통신사업자와 일할 일이 많고 영어 구현이 원활하셔서 요구사항을 수행하다 상품기획 하시는 분들과 소통하실 기회가 많아지셨고 이로 인해 관심이 생기셔서 PM이 되셨다고 하신다. PM은 데이터 분석, 마케팅, 시장 분석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해야 한다. 어떤 목적을 갖느냐에 따라 기획이 달라지기 때문에 PM의 결정은 중요하다. 하시면서 가장 뿌듯한 것은 어떤 게임을 런칭하였을 때, PM은 모든 과정을 총괄하였기 때문에 "이건 내꺼야" 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고 결과의 수용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 된다. 각각의 요소에 있는 부서마다 다른 목표, 목적을 하나로 끌고 기야하기 때문에 설득하며 끌고 가야 한다.



PM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요소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하셨다. 물론 개발자보다 개발에 더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최종 결정은 어쟀든 PM이 한다. 따라서 모든 부서와 소통을 하며 제품을 구상하고 기획해야 한다. 몇몇 기업의 채용 조건을 찾아보니 데이터 분석도 요구하여 SQL 같은 능력도 요구하냐고 여쭤보니까, 있으면 좋지만 회사마다 쓰는 데이터분석 툴이 달라서 파이썬의 능력을 보통 갖추면 된다고 하셨다. 데이터 관련해서는 이란 의 예시를 들어주셨는데, 예를 들어 이란에서 1위를 하던 게임이 갑자기 순위가 떨어졌다. 아 이건 이란이 현재 시위를 하고 있어서 그렇구나~ 라는 데이터를 회사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PM은 꼭 어떠한 루트를 거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시장 속 PM은 수요에 비해서 사람이 적다고 한다.



PM은 이직이 굉장히 쉽다. 보통 한 상품을 수행하면 다른 분야의 상품도 수행할 수 있다. 보통의 사이클은 시장분석, 제품이해, 요구사항 문서화, 구현 과정 체크, 출시, 사용자 의견 반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타 회사에서 이직하셔 삼성으로 들어오시는 분들도 많으시고 외국계 회사에서 오신 분들도 많으시다고 한다. ( 문과는 국/외 회사에 대한 구분이 있어 서로 간에 이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어서 여쭤보았다.) 대학원에 관련해서도 여쭤봤는데, PM이 요구하는 방향은 대학원의 목적과는 조금 다르다. PM은 한가지 분야를 깊게 아는 것보다 폭넓은 분야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기 때문에 실제 기획 경험이 더 중요하다.



연봉! 은 안알려주셨다. 만약 알려주셨어도 여기에 작성하지는 않았겠지만,,, 인터넷 서칭으로도 알고는 있었지만 같은 연차 개발자보다는 많이 받는게 보통이라고 하셨다.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책임져야 하니 더 높은 게 맞겠지,,,



여기까지가 PM에 대한 전반적인 인터뷰였다.
이제는 그냥 진로 고민, 삶의 조언 또한 해주셨다.
학생때나 회사원 때나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직급이 낮을 수록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작고 따라서 우리는 회사 돈으로 무수히 많은 연습을 해보아야 한다. 그 도전을 링크드인이나, 깃허브나 어쨌든 계속해서 기록해 놓는 것이 좋다. 또한 목표는 나에게 맞춰야 한다. 부모도 아니고, 회사도 아닌 내 삶의 목표는 나에게 맞춰야 한다. 본인도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한 후 너무 힘들어 중간에 군대를 다녀오고 4학년 떄는 영화찍는 동아리에 들어가기도 하셨다고 한다. 그만큼 내가 좋아하고 바라는 걸 하는 것이 좋다. 나처럼 인문학적 소양, 개발자의 기회, 디자인적 재능을 갖춘 것은 굉장한 장점이다, 선천적 재능이 처음엔 도움을 줄 순 있어도 그건 시작에 도움이 되는 거지 과정과 결과까지 책임져주지는 못한다. 또한 모든지 해봐라. PM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다양한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며, 지금 이 인터뷰도 나에겐 흔치 않은 기회다. 내가 메타버스에서 선배님이 하신 강의를 듣고 메일 주소를 물어보게 되었던 것처럼 무엇이든 시작하면 또 그리고 그 끝을 맺으면 남들보다 차별화된 것이다. 이때 이 기회를 회사나 학교가 제공하는 것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대회나 학회 다 좋지만 주어진 것 말고도 직접 충분히 할 수 있다.
쓸데 없는 술자리는 꼭 굳이 나갈 필요 없다. 나쁜 사람을 멀리하는 법도 배워야 하고, 괴물같은 외계인같은 친구들을 내 편으로 할 수 있는 법도 알아야 한다. 영어는 기본이다.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 절대 중요하지 않다. 회사에서 원하는 것은 젊은 사람이 아니라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다. 이 말은 정말 위로가 많이 되었다



녹음본이 있기에 우선 이정도만 정리해보았다. 정말 인터뷰를 2시간 반동안 진행하였다 ㅎㅎ



이제 내가 느끼는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음 우선 난 너무 감동적이었다. 사실 좀 울컥하기도 하였다.
나와 관심사도, 학부 때의 상황도, 전반적인게 너무 비슷한 선배님인데 좋은 직장에서, 좋은 직무를 갖고, 만족하시면서 일을 하시고 계셨다. 나도 할 수 있겠구나. 나도 내 일에 자부심을 갖고 만족하며 즐기면서 일할 수 있겠구나. 내가 진짜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직무를 하게 될지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마냥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내 결정과 내가 현재 가고 있는 길에 확신을 주었다. 사실 엄청난 위로였다. 누군가가 자신의 진로를 말하고 몇가지 조언을 던지는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느껴질 수도 있구나, 나도 정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무엇보다 하늬가람. 난 홍보대사 일을 정말 하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었기는 하지만 줄곧 내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배님은 홍보대사라는건 정말 독특한 일이다. 너무 매력적인 이력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모든 것을 다해봐라. 공모전도 다 나가보고 하고싶은 것 다 해보라고 하셨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지지해주는 것은 정말 행복했다. 그것도 내가 원하는 분야에 있는 선배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북돋아주다니. 그냥 인터뷰 내내 행복했고 다짐했다. 코딩을 하는 것에 있어 목표도 잡혔다. 내가 원하는 분야를 하려면 어쨌든 전공 수업도 열심히 들어야 한다. 그래야 경력을 쌓든 어쨌든 하니까. 그리고 나,, 내후년에 휴학도 할거다! 선배님 말씀에 자신감을 얻었고 후회하지 않는 대학생활을 보내고 또 마무리하고 싶다 :)



글에 두서가 없었을 수 있지만 그냥 행복하다. 삶에 목표가 생겼고 드디어 안정적인 신지원이 된 것 같다.
이제 더이상 방황하고 싶지 않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무수한 물음표와 불안에 지쳤는데 이젠 너무 개운하다.



마지막으로 20년도 더 차이나는 후배의 메일 한통에 황금같은 주말 저녁까지 반납하며 진로 상담 해주신 멋진 어른.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선배님께 정말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