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생각들

ep.2 나는 교수님을 참 좋아해

신_이나 2022. 7. 1. 16:38

요즘 난 계절학기를 듣는다. 사실 요즘이랄 것도 없다. 서강대에 들어온 뒤론 매 방학마다 빠지지 않고 들었으니까,
이번이 제발 계절학기 마지막이길 빌었는데 졸업할 수 있는 학점을 보니 택도 없다.
사실 이번 계절학기가 제일 힘들다. 응용수학2와 집합론을 같이 듣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종종 언급하겠지만, 난 문과 출신이다.
문과에서 공대를 1전공으로 삼기엔 너무 빡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해야지 뭐.
계절학기에 대해선 시험 다보고 다시 정리해서 글로 쓰겠다. (그냥 내만족)



아무튼 집합론을 가만히 듣고 있는데 갑자기 초딩때 친구들이랑 주고 받았던 메일이 생각났다. 정말 집중못하고 딴 생각했나보다 ㅋ
그래서 쉬는시간에 본격적으로 옛날 메일들을 쫙 봤는데, 초딩 때의 나 매우 귀엽다.



어린이날을 유치하다고 말하는 어린이 신지원



어린 시절 많이 예민했던 그때의 신지원,,, 재민이가 뭘했다고 제목까지 '확~',,,




어렸을 때, 엄마아빠와 같이 살지 않고 조부모님께서 날 봐주셨는다.
핸드폰도 없었기에 엄마 아빠와는 집전화로 통화하거나 메일로 주고 받았었다.
그때의 메일들이다.
엄마 다시 보여줬더니 엄청 좋아한다 0ㅅ0


수수께끼를 참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진짜 이모랑 삼촌한테 보내는 모든 메일마다 다 수수께끼가 있다 ㅋㅋ

 

킬포 : "카메라는 절대로 걸리지 마세요"






그러다가 이것도 발견했다.
어릴적 방학때 산출물 대회를 나가곤 했는데, 겁도 없는 신지원은 서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교수님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참 어이가 없다. 메일 답장해주신 교수님들께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감사하다.






위키피아만 보내주셔도 감사하고 뭘 어떻게 답장만 주셔도 감사한데,
서울대 교수님, 정확하게 말하면 교수님의 조교님의 답변이 정말 감동이다.




메일로 보내주신 정보들에 미친듯이 뛰어난 재능이 있어서 위에 보내주신 교수님들 아래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난 아쉽게도 컴공을 가장한 (생윤과 사문을 과외하는) '문돌이'일 뿐이다,, ㅎㅎ
정말 어릴 때의 나는 겁날 게 없었다.
뭐라도 할 수 있었고 뭐라도 했다.
지금 나는 수동적인 생활만을 하는 것 같다.
누구보다 빛나고 빛낼 것이라고 모두가 말했는데, 태초에 비해 그만큼의 성과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
그리고 이때 쯤 생각나는 서정연 교수님께 받았던 메일.




올해 초 고등학교 은사님과 알바했던 사장님 등 내게 '어른'인 분들께 새해인사를 보냈다.
그때 뭔가 교수님들께도 메일을 보내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전공 수업을 들었던 두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다.
두 교수님 중 한 분이 서정연 교수님이셨다.



1학년때 나는 과에 적응을 하지 못했다. 물리에 미적분에,, 나름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이과 애들과 겨루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전공 수업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서 말 그대로 'C밭'이었다.
정말 힘들어 처음으로 방안에서 혼술도 해보고 바람쐬러 어디 나가도 봤다.
그러다보니 가족들과는 점점 더 트러블이 생기고 마침내 그 높았던 자존감까지 잃어가며 나를 갉아먹는 기분이었다.
그러했던 1학년을 마치고 받았던 서정연 교수님의 메일은 정말 감동이었다.
사실 받자마자 엉엉 울기까지 했다.
뭔가 나에게 "열심히 하면 돼, 잘할 수 있어, 당연히 어려운거야!"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나 학교 사람들 중에서는 더더욱. 누군가 나에게 위로의 말을 보내도 '너가 내 상황이 아니니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거겠지.' 라고 생각하며 열등감에 똘똘 뭉쳐있었다.
진심 어린 메일에 나에겐 신기루같은 무언가가 나를 포근히 안아주는 감정을 느꼈다.



이 이야기는 지금 이 블로그 글에 마지막으로 작성하고 다시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나는 이제 잘해낼 수 있고, 앞으로 어떠한 핸디캡도 받지 않을 것이고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처럼 학교나 과를 막 옮길 수 있는 시기도 지났다.
누구보다 빛나고 빛날 것 같이 반짝였던 초딩 지원이의 메일을 이어줘야지,,




(쓰다보니 머쓱)




서정연 교수님은 작년을 마지막으로 올해 명예교수가 되신 걸로 알고,
난 내년 새해 메일을 다시 쓰기 위하여 이번 년도에 정말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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